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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기주-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네주는 것이다.

sr.정윤주 2020. 3. 16. 20:01

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.

/ 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기주 / 앤솔로지



 

1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.

- 시간과 사랑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.

- 사랑하는 사람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것,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내가 달려갈 수 있다는 것, 이런 사실들 덕분에 우리가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.

- 사랑에서 돋아난 힘으로 우린 세월을 살아낸다. 사랑 덕분에 힘겨운 순간에도 속절없이 무너져내리지 않는다.

- 내 발걸음은 가 아니라 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. 이 역시 사랑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. 처음에 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를 알게 되는 것,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.

-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, 그게 바로, 삶이 아닐까?

-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.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.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주기도 한다.

-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. ‘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그저 속도를 맞추는 게 아니라,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되 끝내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 부딪치는 것까지 감내(堪耐)하는 게 아닐까?’

- 미안함을 의미하는 ‘sorry’아픈’‘상처라는 뜻을 지닌 ‘sore’에서 유래했다. 그래서일까.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. 진짜 사과는,

- 옛말에 이청득심 以聽得心이라 했다.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.

-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.

-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하고 당연한 것을 잘 해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.

- 상대를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,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. 아름답다고.

- 그래,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.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.


2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

-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. 한발 뒤로 물러나, 조금은 다른 각도로. 소중한 것일수록.

- 시작만큼 중요한 게 마무리다. 그게 무엇이든 간에.

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,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 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.

-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그냥은 정말이지그냥이 아니다.

- “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.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.

- 진짜 소중한 건 눈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.

-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.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,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.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.

-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,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.

-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.


3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겪었기에

-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.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.

- 휴가를 의미하는 단어 바캉스 vacance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 vacation에서 유래했다.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며, 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.

- 제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.

- 가끔은 멈춰야 한다.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,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.

- 철부지 .. 삶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전혀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.

- “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어라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이들의 위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.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 내게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.


4 우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므로

- 관계를 맺는 상대방을 염려하는 것이 배려의 본질이다.

- 애초에 정해진 길은 없다. 그저 끊임없이 길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.

- “산타클로스를 믿다가, 믿지 않다가,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. 그게 인생이야. ”

- 세상을 자유롭게 감각 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걸 발견할 줄 아는 사람, 더러는 남을 칭찬할 줄도 아는 사람을 나는 신뢰한다.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.

- 어쩌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인지 모른다. 그래서 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비행기보다는 열차에 몸을 싣는 편이다.

- 우화를 읽자마자 나는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에 나오는 문장을 떠올렸다. “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.” 잡지를 덮고는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. 내 안에서 물음이 돋아났다. 그동안 나는 부모의 심장을 도려낸 적이 없었나? 자신 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.

- 제한된 정보로는 그 사람의 진면목(眞面目)은 물론 바닥도 알 수 없는 법이다. 상대의 웃음 뒤 감춰진 상처를 감지할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싫어하는 것까지 헤아릴 때 그 사람을 좀 잘 안다고 겨우 말할 수 있지 않을까.

- 위로는, 헤아림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.

- 상대에 대한 이 빠져 있는 위로는 되레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. 상대의 감정을 찬찬히 느낀 다음, 슬픔을 달래줄 따뜻한 말을 조금 느린 박자로 꺼내도 늦지 않을 거라고 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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